
바로 감자랑 호박을 넣은 고추장찌개 말이에요.
다들 고추장찌개 하면 돼지고기나 두부, 아니면 멸치 육수 베이스를 떠올리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얼마 전 집에서 굴러다니던 감자랑 호박을 보고, ‘이걸 그냥 버리긴 아깝다’ 싶어서 덜컥 넣어봤는데, 이게 또 물건이었어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듯 낯선 맛, 감자 호박 고추장찌개

솔직히 처음엔 좀 걱정했거든요. 감자가 들어가면 왠지 텁텁해질까 싶고, 호박은 너무 물러져서 찌개 국물을 흐릴까 봐서요.
저희 엄마도 처음엔 ‘그게 무슨 조합이냐’며 시큰둥하셨어요.

고추장의 붉은색이랑 감자, 호박의 노란색이 어우러져서 밥상에 올렸을 때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죠.
첫 술을 뜨는데, 와,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감자가 익으면서 국물에 살짝 녹아들면서 국물이 묵직해지는 느낌인데, 호박은 너무 물러지지 않고 적당히 씹는 맛이 살아있더라고요.
익숙한 고추장찌개의 얼큰함 뒤에, 감자의 폭신함과 호박의 달큰한 맛이 은은하게 깔리는 느낌이었달까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던 시행착오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어요. 몇 번의 시도를 거치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던 점들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감자를 너무 크게 썰어서 덜 익거나, 너무 오래 끓여서 뭉개지는 감자 투성이 찌개가 됐었어요.

그리고 호박은 너무 일찍 넣으면 끓이면서 다 풀어져서 국물이 탁해지더라고요.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재료 넣는 순서였어요. 저는 보통 고추장찌개를 끓일 때, 먼저 고추장을 물에 풀고 끓이다가 두부나 고기 같은 메인 재료를 넣거든요.
그런데 감자 호박 조합은 조금 달랐어요. 저는 물을 먼저 끓이고 감자를 넣어서 반쯤 익힌 다음, 호박과 고추장을 넣는 방식으로 정착했어요.
감자가 국물 맛을 좀 더 잘 흡수하는 것 같고, 호박은 너무 물러지지 않더라고요. 사실 고추장 넣기 전에 감자 반 개 정도를 으깨서 넣으면 국물 맛이 훨씬 진해진다는 팁도 어디선가 봤는데, 그건 아직 시도 못 해봤어요.
다른 집엔 없는 ‘우리 집만의’ 고추장찌개

사실 이렇게 감자랑 호박을 넣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한번은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뚝딱 끓여준 찌개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뭐 넣었냐고 물어보니, ‘그냥 집에 있는 거 다 넣었다’고 하길래 자세히 보니 감자랑 호박이 들어있더라고요.
그 친구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계속 끓이다 보니 국물 맛이 진해지고 채소에서 단맛이 우러나와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게 진짜 ‘우리 집 스타일’ 고추장찌개가 된 거죠. 다른 집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이라 그런지, 먹을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도 들고요.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그냥 평범한 저녁에 ‘오늘은 좀 특별하게’ 먹고 싶을 때 딱이에요.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저는 이 감자 호박 고추장찌개를 ‘냉장고 파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자투리 채소 처리하기에 이만한 게 없거든요.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 어떤 종류든 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색다른 집밥’을 시도해보고 싶은 분들께도 좋고요.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맛이 밥맛을 돋워줄 거예요.
뭐랄까, 돼지고기 듬뿍 넣은 진한 고추장찌개랑은 또 다른 매력이거든요. 오히려 좀 더 가볍고 산뜻한 느낌에 가까워요.
결론은, ‘있는 재료로 맛있게’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재료들로도 충분히 맛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꿀맛’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감자 호박 고추장찌개가 알려주더라고요. 앞으로도 저는 제 주말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며 ‘또 뭘 섞어볼까?’ 즐거운 상상을 계속할 것 같아요.